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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016 여름

[2016 이탈리아여행][01]자동차 없는 문명도시 베네치아

20160804~0805

여행 첫째 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작년 여름 휴가가 끝나는 날부터 다시 이번 휴가만을 기다리며 1년을 버텼고,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출국 전날까지 정규 근무를 하고, 출국 전날 저녁 늦게 돌아와서 부랴부랴 짐을 싸고..

시간이 충분해서 미리 에세이들도 읽고 머리 속에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갔다면 더 좋았을텐데 전혀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아침에 출국하는 바람에 잠도 잘 안 오고 빵빵 틀어둔 에어컨 덕에 춥고 몸이 비비 꼬이는 고통의 12시간이 지나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환승을 위해 E 터미널로 이동하는 길, 

이정표로 잘 안내는 되어 있는데 막상 그쪽으로 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처음에는 좀 헷갈렸다. 

대기 시간이 6시간 정도여서 간식으로 PAUL에서 치즈바게트를 하나 사먹었는데

그 간단한게 뭐라고 엄청 맛있어서 먹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비록 프랑스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가만히 듣고 있으면 발음이 참 예쁘게 들린다. 

살짝 구름낀 파리의 기온은 20도, 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보니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파리는 혼자 한 번, 가족 여행으로 한 번 와본 적이 있지만 곳곳에서 들리는 프랑스어와 바깥의 풍경에 들뜬 나머지 이탈리아까지 갈 것 없이 파리로 나가서 휴가 기간을 다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무렵, 베네치아행 비행기 탑승이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후, 베네치아 공항에 착륙하여 수상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니 자정이 다 되어 있었다. 

비행기에서 잘 쉬지 못하고 와서 피곤했는지 씻고 누우니 시차 적응의 어려움 없이 바로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여행 기간 동안 사용할 USIM을 사기 위해 TIM 매장을 찾아 나섰다. 



베네치아에는 산 마르코 광장이 있지만, 그 외 장소에는 광장다운 광장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나마 요 정도 크기의 소광장이 있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노는 것 같다. 



100개가 넘는 섬과 섬 사이를 잇는 수 백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베네치아 구시가지

이렇게 다리 하나를 건널 때마다 섬에서 다른 섬으로 이동하게 되며, 섬 사이를 흐르는 수로로 배가 지나다닌다. 

이렇게 수로를 통해 모든 교통수단이 이동하는 바람에 구시가지 쪽에는 현대 문명도시 중 유일하게 자동차가 하나도 없다. 

수로 사진만 봤을 때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이 헷갈릴 때가 있는데 자동차 유무 여부로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따라 걷다가 처음 만난 TIM 매장에서 USIM을 구매했다. 

기간 제한 없이 데이터만 5GB 사용할 수 있는 것을 30유로에 구매했다. 

귀국할 때 보니 네덜란드에서도 로밍 형식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USIM을 사서 끼우고 아래쪽으로 걸었다.

도시가 크지 않아서 걸어서 웬만한 구경을 다 할 수 있었다. 

곳곳에 있는 이정표를 보고 걸어가니 리알토 다리가 나왔다.

일부가 공사 중이었지만 역시 근처에는 사람이 많다. 



다시 얼마간 걷다 보니 산 마르코 광장이 나왔다. 

예전에 가봤던 폴란드 크라쿠프의 중앙 광장과 함께 남아있는 중세 유럽의 광장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광장을 둘러싸고는 오래된 4개의 카페들이 테라스를 펼쳐놓고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광장에는 시계탑과 산 마르코 대성당, 그 옆으로 종탑과 두칼레 궁전이 있다. 



여긴 베네치아 수호 성인인 산 마르코 유골을 가져온 기념으로 지었다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다. 

저 말 4마리는 원래 십자군 원정 때 비잔틴 제국에서 훔쳐왔다가 나중에 나폴레옹한테 침략당해서 파리로 뺏겼다가 다시 돌려받았다고 한다. 



베네치아 총독이 머물렀다는 두칼레 궁전. 

바다쪽으로 이어진 두칼레 궁전 앞의 광장 부분을 소광장이라고 구분해서 부르기도 하는 것 같.



광장을 천천히 돌아보고 카페 플로리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 마르코 광장을 둘러싸고 자리잡은 오래된 카페들은 악단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리세 개념처럼 "음악세"로 6유로를 받고 있었다. 

이름을 그렇게 붙일만큼 연주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겠지



식사류도 있었는데 가격에 비해 만족스러울 것 같지는 않아서 과일 타르트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해놓고 광장 풍경과 함께 연주를 감상했다. 



얼마만에 갖는 여유로운 시간인지!ㅋㅋ

구경이고 뭐고 앉아서 타르트 먹으며 연주하는 것만 계속 보고 있었다. 

싼 가격은 아니지만 타르트도 맛이 나쁘지 않다. 

1720년에 개업하여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카사노바가 탈옥할 때 여기서 잠깐 멈추어 커피 한 잔 하고 갔다고.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맛있다길래 한 번 시켜봤는데 향긋하고 좋았다. 

물론 나는 쓴 것을 마시지 않으므로 설탕 2봉지를 바로 넣어 마셨다.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바다 쪽으로 나왔다. 

곤돌라들이 정박해 있는 곳 너머로 산 조르지오 마조레 섬이 보인다. 

산 마르코 광장의 종탑에서는 광장 쪽이 잘 보이지 않는데 저 섬의 종탑에서는 광장 쪽을 포함한 베네치아 전경이 잘 보인다고 들어서, 내일 올라가볼 계획이다. 



일기예보에서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과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비는 매번 사나웠다. 

이전에 밀라노를 여행할 때 당일치기로 베로나 한 번 가보겠다고 기차를 타고 갔는데, 

말 그대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고 역 안으로도 비가 마구 새어 들어오던 그 광경을 잊을 수 없다. 

중학교 때 이탈리아 기후 그래프 배울 때에는 강수량이 V자 모양으로 여름에 거의 비가 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웬걸.. 위쪽이 산악지대인 북부여서 그런가?



처음에는 그래도 빗방울이 약해서 곧 지나가겠지! 싶었는데

비를 맞아가며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에 와서 조금 구경하고 나가려고 하니 출입문으로 웬 에어컨 바람이 불어온다. 

조금 더 밖으로 나가보니 상당한 비가 강풍과 함께 불어와서 걸어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결국 여기 들어왔던 관광객들 다 같이 30분 가량 발이 묶여 있었다..ㅋㅋ


이 성당은 17세기 베네치아에 흑사병이 창궐한 이후 흑사병에서 구원받은 기념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베네치아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마스크 중 새 부리 모양으로 생긴게 섞여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해보니 예전에 어떤 수업에서인가 슬라이드로 본 적이 있는 흑사병 시기의 의사 마스크였다.



그 생각을 떠올린 후 유심히 보니, 그 새 부리 마스크를 "Dottore - 이탈리아어로 의사"라고 칭하고 있어 신기했다. 



비를 맞았으므로 잠시 숙소에 들러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저녁으로 맛있는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 맛있고 가까운 집을 알려달라고 하니 6342 a le Tole라는 이 가게를 소개해줬다.

구석에 숨어 있었는데 구글맵을 켜고 가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먹물 파스타와 디저트로 주문한 티라미수. 

점심을 피자로 대충 때워서 사실상 제대로 찾아 먹는 첫 식사였는데 엄청 만족했다. 

파스타는 짜지 않고 부드럽지만 입이 심심하지 않은 맛이었고, 

이곳이 디저트로 유명한 가게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도 티라미수가 엄청 부드럽고 달콤했다. 



배부른 상태로 기분좋게 거리 구경을 조금 더 하다가 GROM의 젤라또로 마무리!

원래 살구맛 젤라또에 좋은 기억이 있었던지라 살구맛에 멜론맛을 먹어봤는데, 멜론맛이 살구맛을 압도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이것 이후로 사먹은 거의 모든 젤라또에는 멜론맛을 포함시키고 맛을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다음 이야기] 2016/08/16 - [이탈리아, 2016 여름] - [2016 이탈리아여행][02]베네치아의 섬들, 그리고 광장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