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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다시 가을을 맞으며

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요 밑 일기에 써놓은 것처럼 답답해서
기분전환이나 할까 하고 잠깐 나갔다왔다.
시험보고와서 낮잠자고 일어나보니 3시반이길래
갈 곳을 아무생각없이 종묘로 정해버리고는 바로 나섰다.
그냥 내 맘대로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올해 5월부터 토요일 말고는 자유관람은 못 하고
무조건 시간별 가이드 투어를 따라가도록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이드를 따랐지...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계절학기 때 들었던 것에 더해 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죽은 이들의 공간인만큼 만들 때부터 연꽃도 잉어도 없이,
어떤 살아있는 것도 두지 않았다는 못에서 유유히 기어나온 po자라wer
가을을 일찍 만나 벌써 온통 붉게 물들어 있던 단풍나무 몇 그루와
아직 크진 않아도 알차게 열매를 맺어가던 감나무
원근감때문에 가운데 건물이 높아보이는군! 하고 생각하던 순간
내 망상을 산산조각내버린, 가운데 건물이 실제로 높은거라는 가이드의 한 마디
열심히 따라다니며 혼자 잘 놀다 온 것 같다.
계절 때 선생님이 종묘는 5월에 제일 좋다고 하셨는데
지난 5월에는 왜 그렇게 귀찮았을까

그리고 나서 교보문고에 가려고
갈림길마다 가고싶은 방향으로 쭉 따라갔더니 종각역이 나왔다.
전에 이쪽을 걸어가본 적은 없어서
난 역시 길 찾는 감각은 타고났다고 생각하며
종각역에서 방향을 틀었다.
낯선 풍경에 여긴 어딜까 하고 걸어갔더니 명동이 나왔다.
자부심에 상처를 입고 뒤로 돌아 걸었더니 쌈지길이 나왔다.
인사동 나가서는 교보가 가까울테니 나가보자고 직진,
예전에 가봤을 때 분명 길 오른쪽에 있었던 찻집이 왼쪽으로 이사를 가 있었다.
이상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계속 직진한 나는
기어이 20분 전에 지났던 낙원상가를 다시 만났고
비참한 길치가 되어 뒤로 돌아 10여 분을 더 가서야 교보문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준비할 책 좀 사고 다른 것 좀 구경하다가 돌아옴..
이쪽으로 이사온 지 2년이 다 돼서야
학교만 벗어나면 여기도 살기좋은 곳이라는 걸 느껴간다.

하루에 일기를 세 개나 쓰다니 -ㅁ-




작년 소화기학 2차 시험이 끝난 날 쓴 일기다. 
일기를 쓰던 날처럼 공기가 조금 차가워졌길래 생각나서 다시 꺼내어 읽어보았다.
오랜만에 읽다보니 이때 조금 심란해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고 이때 듣던 노래도 떠오른다. 


1학년이었던 2007년 가을에 처음 나온 노래다. 
그때는 별로 노래가 좋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즐겨 듣지 않았는데
작년 2학기 때 공부하며 여행 준비하며 참 많이도 들었다. 물론 여행가서도 ^^
그 사이의 시간동안 내가 성장했다고,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에 공감하며 
실수도 많이 하고 지금보다 마음도 여렸던 그때의 어린 나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을만큼 자랐다고 봐도 좋겠지?


며칠 전에 영화 써니를 봤다. 
유머 코드가 나와 맞는 작품이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지만
가장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걸 고를 것이다. 


어른이 된 나미가 어린 나미를 달래주는 장면.
어린 자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는 괜찮다고, 다 지나갈거라고 꼭 안아주는 장면.

그 장면을 보며 요 근래 몇 달간 가장 마음이 간질거렸다.
나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며 저렇게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의 내가 보다 어렸던 나를 바라볼 때와 마찬가지로 ^^
다시 한 번 나를 응원해본다. 난 잘 하고 있다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걸음이 느리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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