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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어떤 노래를 듣다가

なごり雪 - Aiko & Kiroro

1973년 이루카라는 가수가 발표한 이후 수많은 일본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불린 곡.
Kiroro의 깨끗하고 성실한 목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Aiko와 Kiroro가 함께 부른 버전을 처음 접하여 이 곡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수가 부른 버전을 들어보았지만 역시 Aiko와 Kiroro가 부른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처음 나온지 40년 가까이 된 곡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친숙한 멜로디와 아련한 가사.
요즘 들어 이 곡이 유독 아름답게 들린다.



삐삐도 핸드폰도 없었던 시절. 
그 아날로그 시대에 있었던 '잠깐의 떨어짐'이란, 다가오는 의미가 지금과 사뭇 다를거다. 
이 상황에 눈 오는 기차역의 플랫폼이라는 완벽한 분위기의 배경이 겹쳐
떠나보내는 사람이 느끼는 애틋함이 노래를 듣는 나에게도 조금은 전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어린 시절을 이런 순수하고 애틋한 시대에 보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하다가 인터넷에서 어느 글을 보고 얼른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80년대생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의 놀이들- 대충 이런 제목의 글이었다. 
예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제대로 읽어본건 이번이 처음인데 읽는 동안 옛날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떠올릴 수 있었다.

어릴 때 추억이 깃든 것들이 정말 많지만 
여기에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것들 몇 개만 담아놔야지 ㅋㅋ


뿌요소다 깜찍이소다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오랜만에 본다 잊고 있었는데.. 
둘이 똑같이 생겼었는데 난 깜찍이소다가 더 좋았다. 
파란 깜찍이 맛이 가장 좋았지만 난 주로 캔에 들어있는 보라색 포도맛 깜찍이를 먹었다. 
또 깜찍이소다는 축배사이다와 함께 해태타이거즈 유니폼에 광고로 들어가기도 했던 것 같다. 
4학년 때 보이스카웃에서 설악산으로 야영갔을 때 밤에 간식으로 빵과 함께 저 보라색 깜찍이 캔을 받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자갈 모양 장식의 숙소 하며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0년도 훌쩍 지난 일이라니! 정말 그립다. 


에쵸티 ㅋㅋㅋㅋㅋㅋㅋ 기대하고 사먹었지만 정말 맛없었던 에쵸티 ㅋㅋㅋ
이거 말고 비슷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게 N2O? 그런 음료수가 있었던 것 같다. 에쵸티는 탄산 음료였고 N2O는 이온 음료였지만.
그것도 더럽게 맛없었다 ㅋㅋ 


맥주 사탕도 한동안 잊고 지냈다.
저 하얀 거품 부분의 톡 쏘는 맛은 정말 최고!
어릴 때 이거 먹으면서 진짜 맥주도 이 맛일 줄 알았다.
맥주 사탕과 쌍벽을 이루던게 파란 페인트 사탕이었는데 난 그건 혀만 파래지고 별로 맛도 없어서 싫어했고 오로지 맥주! ㅋㅋ
중학생 때까지 문방구에서 이거 사먹고 다녔다. 

 
일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소리, 디즈니 만화동산!
오프닝이 강렬해서 폰 바꾸기 전엔 알람소리로도 활용했었다. 아 다시 깔까 ㅋㅋ
이거 보려고 7시에 일어나서 만화 시작 전에 했던 세계를 간다였나? 그런 프로그램부터 보기 시작해서
디즈니 만화동산 보고 아침 먹으면서 도전 지구탐험대 사랑의 스튜디오 쭉 봤으므로
어렸을 때의 일요일 아침은 엄마 아빠 늦잠자고 나는 잉여같이 늘어져서 줄창 TV만 봤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만화보는거 참 재밌었는데. 요즘 어린 애들은 TV로 만화 챙겨보는 즐거움을 알까?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6시만 되면 만화봐야된다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 집으로 향했던 ㅋㅋ
요즘은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그런 쏠쏠한 재미는 좀 없어진 것 같다.


조금 기억하는 사람이 드문 편인 지그재그바, 그렇지만 나한테는 이게 현재 없어진 빙과류 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아이스크림 위에 코팅이 되어 있다니! 그것만 살살 벗겨서 먹고 속 아이스크림은 나중에 먹는거 진짜 재미있었다. 
CF가 좋아하는 만화였던 영광의 레이서(사이버 표뮬러) 하기 전에 항상 나와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광고 모델은 조형기 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레고 ㅋㅋ 레고도 엄청 갖고 놀았다. 
이 해적요새 레고는 93년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유치원 선생님이 산타 분장하고 가정 방문하여 선물로 나에게 준 것이다. 
난 그때 이미 산타는 원래 없고 저 할아버지의 정체가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6년이 지난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진짜 산타가 있다고 믿었다. 
그때 우리 집에 같이 있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유치원 친구는 후뢰시맨인지 마스크맨인지 암튼 전대물 5인 세트를 받았는데
난 이 레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건 갖고 놀 생각도 안 하고 그 친구가 받은 선물만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나중에는 이것도 잘 갖고 놀았다. 요새 완성품으로 안 만들고 다른 레고랑 섞어서 뿔뿔이 흩어버려서 문제였지만 ㅋㅋ


이건 제목이 비룡성이라는데 언제 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언제부터인가 내 레고 박스 안에 있었다. 
저 유령의 존재감이란 ㅋㅋ 빛에 비추어두고 불 끄면 야광으로 빛났던 ㅋㅋ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성 시리즈는 방패로 구분을 하는 모양이군!


그리고 사자성.
사자성을 구입하시면 카세트를 드립니다. 라고 TV 광고에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던 성우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이건 아마 96년에 생일선물에 뭐에 합쳐서 샀던 것 같다. 당시 가격으로 10만원 정도, 어린 초딩 선물로는 많이 비싼 편이었으니까.
아빠가 완구점에서 사줄 당시에는 카세트가 아직 안 들어온 상태여서
일단 레고부터 사고 며칠 후에 나 혼자 가서 카세트를 받아왔던 기억이 난다. 
사자성과 카세트 ㅋㅋㅋㅋ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카세트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사자성이 특별한 이유는 최초로 다른 레고와 섞지 않고 완제품을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천으로 된 깃발도 다 끼워놓고 조립 다 한 후 무너지지 말라고 본드칠도 해놨는데 결국 무너져서 울었다. ㅋㅋ
그 이후로 의욕을 상실하여 다시 만들어볼 수는 없었다. 
난 저 왕보다 그 뒤에 있는 기사가 멋있어서 망토에 은칼에 말 안장에 다 벗겨서 뒤 기사에게 씌워줬던 기억이 난다. 
말은 흰 말보다 갈색 말이 좋아서 갈색 말로 ㅋㅋ


쓰고 보니 글이 예상보다 길어졌네..
정말 하나같이 소중하고 그리운 추억들, 앞만 보고 살다보니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잊고 있었다.
굳이 살아보지 않았던 다른 시대에 이미지만으로 만들어진 향수를 품지 않더라도 나에게 소중한 기억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잘 간직해두고 힘들 때마다 꺼내봐야지 ㅋㅋ

그나저나 이번 글은 불펌의 향연..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해서 가져오다보니 출처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아 나도 몰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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