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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관악캠퍼스 나들이

세 달만에 관악캠퍼스에 다녀왔다. 
짧게 용무를 마치고 나에게 생긴 1시간 20분.
이곳에 스며있는 추억을 떠올려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입시생으로 가장 먼저 마주친 장소, 면접 전날 예비소집으로 이곳에 들렀다. 
그 당시 난 입구역에 있는 스테이세븐에 칩거하며 논술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날 논술 학원 측 주도 하에 예비소집 이후 단체 학교 구경이 예정되어 있었다. 
당시 학원에서 아싸 기질이 다분했던 나는 그에 응하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와 과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자하연의 날치알돌솥비빔밥, 우리 학교에서 한 첫 식사. 


그렇게 자하연에서 첫 식사를 한 후 선배가 다음 수업을 위해 걸어 올라간 계단. 
고3의 시각으로 보아서 그런가.. 이 계단이 그렇게 높아보일 수가 없었다. 
입학하고 나도 수백 번 이상 오르내린 중도 옆 계단. 


여긴 면접날 나 면접보는동안 부모님이 차 대고 기다리고 있었던 곳.
1달간 정들었던 스테이세븐에서 새벽같이 나와 근처 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을 아침으로 먹고 학교로 출발했던 2006년 12월 1일.
웬일인지 아직 기억 속에 그 날의 풍경과 느낌이 생생하다ㅋㅋ 
새로 산 옷을 입고 김경태방에 앉아서 대기하다가 오전조 15번째로 들어간 A161번 학생. 
면접다운 면접으로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는데 별로 떨리지 않았던게 신기했다.
면접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곳에 와서 짐을 맡긴 후 거의 10년만에 국민학교 1학년때 친구를 만나 밥을 먹었다. 
자하연 식당에서..ㅋㅋㅋ


예1때 과방에 모여있다가 실험 있을 때 우르르 몰려가곤 했던 실험동. 
실험동 가니까 생각났던게..ㅋㅋㅋ


나와 생일이 하루 차이나는 김모씨 새내기 시절..ㅋㅋ
워터마크 찍기 귀찮아 ㅠ 안해


제일 싫어했지만 제일 열심히 했던 화학실험. 
이때 매주 썼던 악마같은 자필 보고서랑 까칠하였던 모든 화학 조교들 정말 싫었다. 
지금은 내 또래들이 화학 조교 하고 있겠지.. 학생들에게 좀 친절하게 해줬으면!


실험동 갈 때마다 눈길을 끌었던 것. 


화학부 과방. 
과방이 마치 창고같아 남루하기 그지없었던 우리과. 이 신식 건물에 자리잡은 화학부 과방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 예과 때는 얘네 과방에 CHEMISTRY라고 색지로 글씨 만들어서 유리창 예쁘게 장식해놨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네..


동우랑 딱 한번 들어가본 곳. 
실험동 사이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둔게 마음에 들었다. 
다시 한 번 들어가보려고 미시오 문을 밀었는데 안 열리더군!


공대 식당 또는 전망대 식당, 근데 줄이면 농식.. ㅋㅋㅋㅋ
예과 1학년 점심시간의 90%를 이곳에서 해결했다. 
화학 수업 끝나고 이곳에 와보면 이미 사진찍은 위치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 있던ㅋㅋ
4가지 메뉴 중에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개인적으로 까스까스의 케이준치킨샐러드가 신메뉴로 갓 나왔을 때는 빡세게 말라비틀어진 탕수육같았는데
몇 주 지나고 나니 통통해졌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28동 여기서도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딱 한 번 응시했던 KMO도 여기서 본 것 같다 패망했지만 ㅋㅋ


공깡은 짜장면이 천원~.~ 이었지..
비록 면은 소면에 소스는 3분짜장이었을지언정 후추 듬뿍 뿌려먹으면 맛있었는데
아 이제 짜장면을 자장면 아닌 짜장면이라고 쓸 수 있어서 행복하다^^


28동 생물, 셀방ㅋㅋ 
생물이나 셀이나 정말 재미없었다. 
셀은 과목 자체가 나에겐 너무 재미가 없어서 김빛내리 교수님의 그 명강의도 다 날려버리고 말았다. 


여긴 원래 소리방이었는데 어라.. 다른 동아리 홍보물이ㅠㅠ
소리가 자리를 뺏긴건가 ㅋㅋ 


과방이다. 28동 4층!
합격하고 OT 때 신입생 중에서는 나와 연구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당시 집합 장소가 이 과방이었는데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것은
중국집 스티커 잔뜩 붙은 나무 탁자, 먼지 가득 쌓인 경로당 긴 의자에 직물은 헐고 스펀지는 잔뜩 튀어나온 소파였다. 
그래서 난 창고인 줄 알았지.. 날개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기 제대로 된 과방이 있는 줄 알았다ㅠㅠ
우리 학번때부터 조금씩 정돈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을거다. 
여기서 맨날 악기 연주하다가 3층에서 수업 방해된다고 따지러 올라오면 죄송하다고 그러고 ㅠㅠ 다시 연주..
그래도 나에게는 유기화학 여름 계절 들을 때 여기가 참 아늑하게 느껴졌다.
아침 일찍 이곳에 와서 더 잠을 청한 30분이 정말 달콤했다!
4년 전 비밀번호를 눌러봤더니 열리지 않아서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비번이 바뀐건가 내 기억이 왜곡된건가


김경태방! 면접 대기 장소이자 유기화학 수업을 들었던, 김경태 교수님의 공간이다. 
처음에 수업 장소 26동으로 써있어서 도대체 26동이 어디야 하고 막 찾아다녔는데  24, 25, 27동만 있고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던 이곳.
쓰레기 소각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이 건물이 강의실이었다니 자연대는 참 놀라운 곳이다!
유기화학 시험 끝났을 때면 저 문앞에 모여서 동기들과 떠들던 기억! 그 중 하루는 비가 왔던 것 같다. 
김경태 교수님 보고싶다 ㅜㅠ "조교는 실수 안해!!!!!!!"ㅋㅋㅋㅋㅋ


옆에 있던 학관으로 들어갔다. 
본1 여름에 서울 캠프를 준비하면서 자주 들렀던 문큐.
예과 때는 이런 장소가 있는 줄도 몰라서, 아니 심지어 학관은 2층까지만 있는 줄 알아서 와볼 일이 없었다.
학기 중에 들러보았다면 더 매력적이었을 이곳.. 
졸업하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도르로 가는 길! 
중도 터널 기준으로 자연대 쪽으로 넘어가면 거기부터 모르도르라고 불렀다. 
화사한 저쪽 인문/사회대 쪽의 분위기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이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느껴졌던 숨막히는 어둠의 기운. 
필수 과목이 많았던 1학년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2학년 때 모르도르에서 하는 수업을 많이 넣지 않았던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8동 터.. ㅠㅠ
강의 장소가 8동 002호였나? 이렇게 표시돼있어서 0층이 어디지.. 하고 찾았는데 지하에 숨겨진 강의실이 하나 있었다. 
남북분단과 한국전쟁, 역사와 영화를 여기서 들었는데 둘 다 정말 재미있게 들었기에 이곳을 좋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헐리다니 ㅠㅠ

앗 근데 여기까지 걸어오니 듣고 싶었던 음악이 핸드폰에 다 받아졌다. 



마츠타니 스구루, 『시간을 넘어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OST

예2 연주회 때 쿼르텟으로 연주했던,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곡. 
오랜만에 들으니, 그것도 좋아하는 관악캠퍼스를 천천히 걸으며 들으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전율까지 느껴지고^^ 


잘생긴 훈남 외교학과 출신 형과 종교에 대해 논의했던 문화관 앞 벤치.
지금이야 바쁘고 귀찮아서 전도하러 오면 그냥 교회 관심 없다며 지나치지만
이때 난 정말 한가하고 심심한 상태였다. 마침 그 형이 전도하러 왔길래 앉아서 열심히 대화를 해보았다. 
자꾸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죄가 있단다.. ㅠㅠ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은 자하연. 
자하연은 물이 아니라 졸(sol)이라는 농담. 
이 더러운 자하연에 살 수 있는건 진짜 생물인 잉어가 아니라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만든 잉어 로봇이라는 농담. 
관악캠퍼스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특이한 장소 중 하나인 덕에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83-1동. 여기서도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문명과 수학부터 시작해서 심리학개론 신경과학 일본문화의이해..
죄다 좋아하는 과목들이었고 그래서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을 하며 좋아하는 곳을 산책한 행복한 시간. 
그때의 시간들이 마음에 쏙 들어서일까.. 관악캠퍼스를 찾으면 언제나 편안한 고향같은 느낌이 든다.
돌이켜보면 나 예과 때 정말 잘 살았던 것 같다. 무한에 가까운..건 아니지만 많은 자유가 주어졌던 예과 2년.
무작정 놀며 시간을 보내는건 또 싫어서 관심있는 분야의 수업들을 찾아 열심히 듣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그때. 
정말 그래서 그런지 연건으로 옮겨온 후에도 연건캠퍼스보다는 관악이 더 편했고
본과 시험 공부할 때도 의학도서관은 0회 이용한 반면 관악 중도는 자주 이용했다. 

연말고사가 끝나 조금 여유가 생긴 올해. 
예과 때만큼 자유도가 높지는 않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에 쏙 드는 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할 일이 잔뜩 있네^^ 운동, 토익, 면허 취득 및 공부!

쌩뚱맞게 웬 때늦은 새해 포부 언급으로 급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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