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탈리아, 2016 여름

[2016 이탈리아여행][03]벽돌색 피렌체

20160807

여행 셋째 날

이탈리아, 피렌체



미리 예매해둔 9시 30분 기차를 타기 위해 짐을 미리 싸두고 아침을 먹은 후 산타 루치아 역으로 걸어갔다. 

어제는 페리를 타고 이동한 거리,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렸다. 

역 주변 풍경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 어제 미리 와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기차를 기다리던 사람들, 

전광판에서 내가 탈 플랫폼을 확인하고 움직였다. 



Loco2에서 미리 예매한 트렌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까지 가는 길에 피렌체에서 날 내려줄거다. 

오래 전부터 이탈리아 기차에서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았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긴했는데, 캐리어가 무거워서 그냥 별 생각 없이 차량 사이에 마련된 짐칸 맨 밑에 넣어두기만 했다. 

기차가 출발한 후에야 혹시..? 설마..? 하는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캐리어와 함께 피렌체에서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캐리어를 놓고 자리에 앉은 후 그 위에 여러 사람들이 무거운 짐을 겹쳐서 막 쌓아둬서 그런지 내 가방은 훔쳐가기 매우 곤란한 위치에 있기도 했다. 


아무튼 무사히 피렌체에 도착해서 시내 구경을 나섰고, 시간은 정오가 되어 있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가죽 시장.



메고 다니던 작은 가방은 2012년에 스페인의 아돌포 도밍게스에서 마련한 것인데, 매우 마음에 드는 가방이지만 앞의 자석에 붙은 단추가 떨어졌다. 

기능에는 지장이 없으나 여기서 구경해보고 디자인 예쁜 가방이 있으면 하나 살까 생각하고 구경을 했다.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었다. 


가죽 시장을 지나면 메디치 예배당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두오모가 나온다.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이라고 하는데, 피오레는 꽃이라는 뜻이다. 

5월에 피렌체에 오면 꽃이 핀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그 시기에 와볼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 

피렌체, 플로렌스, 피오렌티나 등 피렌체와 연관된 명칭도 꽃과 관련이 있는데, 찾아보니 로마시대 카이사르가 이곳을 "꽃 피는 마을"로 명명한 것이 기원인가보다. 

그때도 지금의 명성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의 피렌체를 볼 수 있었겠지?



두오모 가는 길에 피오렌티나의 구단 공식 매장이 있어서 잠깐 들어가봤다. 

티셔츠를 하나 사입을까 했는데 나폴리 티셔츠가 더 예쁠 것 같아서 보류했다.

허나 나중에 가보니 나폴리 티셔츠는 못생겨서, 결국 안 사게 되었다. 



거리 사이로 빼꼼 보이는 두오모의 모습.



크다! 엄청 크다! 

도저히 카메라에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성당이었다. 

밀라노의 두오모도 크고 웅장했지만 이것도 충격적일 정도로 크다. 그리고 아름답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두오모 내부 입장은 안 되는 날, 평일에 비해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어서 좋았다. 

쿠폴라에 올라갈 사람들은 이미 너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오늘은 쿠폴라를 포기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오모 근처를 한 바퀴 돌아봤다. 

조토의 종탑, 여긴 줄이 많이 길지 않으니 조금 이따 올라가봐야지!



일단 점심을 먹고 싶어서 두오모 광장에서 폰테 베키오 쪽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젤라또 가게인 Perche no!가 있어 젤라또를 먼저 먹었다. 

Vivoli와 함께 오래 영업 중인, 유명한 젤라또 가게라고 한다. 



여기서도 멜론 맛은 포함, 하나는 복숭아 맛을 주문했다. 

역시나 멜론 맛이 매우 훌륭했고, 복숭아도 괜찮았다. 날이 더웠기에 더 맛있었다!



점심을 먹으려고 폰테 베키오 쪽으로 내려오다가 방향을 꺾어 La Bussola에 들어갔다. 

혼자 갔으므로 바에 앉았는데, 내 자리 바로 앞에서 피자를 반죽해서 토핑을 올린 후 화덕에 넣고 있었다. 

사각형의 주머니처럼 생긴 밀가루 반죽이 어느새 먹음직한 피자가 되는 과정이 신기해서 밥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냥 구경했다. 



에피타이저로 프로슈토와 멜론을 주문해봤다. 

생햄과 멜론을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실제로 먹어본 적은 없어서 궁금해서 시켜봤다. 

엄청나게 맛있었다!! 말 그대로 입맛을 돋워주는 음식이었다. 

프로슈토에서는 잡내가 하나도 안 났고, 그 짠맛이 멜론의 달콤한 맛과 아주 잘 어울렸다. 

양이 꽤 많았는데 파스타가 나오기 전에 금방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해산물 파스타, 어제 베네치아에서 먹은 것보다 더 푸짐하다. 

어떤 소스였는지는 못봤는데 약간 매콤한 맛이 났고 입맛에 잘 맞았다. 


점심 치고는 조금 많았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이제 폰테 베키오를 구경하러 나섰다. 



작은 타일이 깔린 도로, 예전부터 드는 생각인데 분위기있고 좋지만 비가 오면 너무 미끄러워서 무릎이 꺾일 것 같다. 



폰테 베키오에 도착했다. 

"오래된 다리"라는 뜻이고 르네상스로 피렌체가 부흥하기 이전부터 아르노 강 양쪽 기슭을 이어줬다고 한다. 



다리 가장자리로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다리의 중앙 부분에는 상점이 없어서 아르노 강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폰테 베키오를 가운데 두고, 금 제품을 파는 상점과 고급 시계점이 자리잡고 있다. 

원래 예전에는 금은방 대신 정육점이 모여 있었다고 하는데, 고기 팔고 남은 찌꺼기를 아르노 강에 버리다가 강이 너무 더러워져서 정육점들이 쫓겨나고 금 세공자들이 들어섰다고. 



여기에도 자물쇠들이 ㅋㅋ

다리 건너편까지 갔다가 곧 다시 돌아왔다. 

다시 두오모 광장 방향으로 걷다 보니 시뇨리아 광장이 보인다. 



베키오 궁전을 중심으로 짝퉁 다비드 상과 짝퉁 넵튠 상을 볼 수 있는 이 광장은 두오모 광장과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두오모 광장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두오모나 쿠폴라, 종탑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어서 그런지 광장 자체를 즐긴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이곳에 앉은 사람들은 광장이 주는 따뜻함과 휴식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넵튠과 다비드 상, 진품은 손상을 방지하고자 실내에 모셔두고 짝퉁으로 제작한 것이지만 진품과 똑같이 생겼다고 한다. 

처음 보는 다비드 상의 비율은 어색했다. 자꾸 보면 익숙해지려나?



모여서 쉬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편안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좋다. 


그리고 나는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기 위해 다시 두오모 광장으로 걸었다. 

약간 늦은 오후, 종탑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서, 20분 정도 기다려서 입장할 수 있었다. 



계단이 414개!

그나마 여기는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 쉬어갈 수 있게 층을 만들어놔서 인간적이다. 



중간층에서 바라본 쿠폴라와 두오모 광장, 그리고 피렌체 시내의 모습. 



쿠폴라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들이 보이니 재미있다.

쿠폴라에 올라가면 종탑에 오른 사람들이 보이고, 둘을 떼어놓고 구경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쉬다 올라가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꼭대기에 도착했다. 

너무 커서 바닥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쿠폴라의 모습이 예쁘게 보인다.



그리고 온통 벽돌색인 피렌체의 지붕들. 

예전에 프라하나 체스키 크룸로프도 온통 붉은색 지붕이어서 맘에 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안개가 짙어서 아쉬웠지만 체코의 풍경은 여기보다 훨씬 화려한 느낌이었는데, 피렌체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더운 날씨에 계단을 올라오느라 난 땀을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식혀가며 피렌체 구석구석을 눈에 담고 내려왔다. 



곳곳에 보이던 관광객용 마차, 말이 주머니에 담긴 여물을 먹는 모습이 아주 귀여웠다. 

너도 더운 날에 힘들겠지..ㅠ 많이 먹으렴



[이전 이야기] 2016/08/16 - [이탈리아, 2016 여름] - [2016 이탈리아여행][02]베네치아의 섬들, 그리고 광장의 야경

[다음 이야기] 2016/08/25 - [이탈리아, 2016 여름] - [2016 이탈리아여행][04]미켈란젤로 광장의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