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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016 여름

[2016 이탈리아여행][06]카프리 섬에 가긴 했는데..

20160810

여행 여섯째 날

이탈리아, 카프리 섬, 나폴리



전날 점심으로 먹은 피자, 그 큰 피자를 조금 무리해서 다 먹어치웠더니 먹은 직후부터 배가 엄청 불렀다. 

그게 문제가 되었을까. 나폴리 시내에서 기분좋게 돌아다닐 때까지는 괜찮다가 밤에 호텔에 돌아오고 나니 배가 사르르 아파오더니, 2박 3일의 장염이 시작됐다. 

여행와서 설사로 고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나마 포타겔이라도 챙겨온 것이 다행이었다. 

원래 오늘은 카프리 섬에 일찍 갈 계획이었고, 페리 시간을 알아본 후 7시 쯤에는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밤 사이 몇 번이나 화장실을 오가면서 무리하지 않기로 생각을 바꿨다. 

아예 하루를 통째로 쉰 후 원래 그 다음날 가기로 되어 있던 로마를 하루 줄이고 카프리 섬에 갈 생각까지..ㅋㅋ


어쨌든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았던 밤이 지나 아침에는 약간 나아진 것처럼 느꼈고, 

천천히 준비하고 나와 슬슬 걸어서 나폴리 항구에 도착했다. 



극성수기이므로 푸른 동굴에 들어가려면 일찍 나왔어야 했는데 뭐 별 수가 있나 ㅋㅋ

11시 10분 페리를 타고 1시간이 조금 덜 걸려서 카프리 섬 마리나 그란데에 도착했다. 



섬은 첫인상부터 기대 이상으로 예뻤다. 

페리에서 실내에 앉아 있느라 바다를 못 보면서 왔는데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펼쳐진 깨끗한 바다와 화산섬의 모습에 매료됐다. 



페리 터미널 근처로 해수욕장도 있었다.



기대가 컸던 푸른 동굴, 늦게 도착해서 제 시간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푸른 동굴로 가는 경로는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과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었는데, 

푸니쿨라를 타려고 기다리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배를 타기로 했다. 

푸른 동굴로 바로 갔다 오는 코스와 카프리 섬을 한 바퀴 돌고 마지막에 푸른 동굴을 들르는 코스가 있어서, 후자를 골랐다. 



출발!

관광객들이 프라이빗 보트 투어도 많이들 이용하고 있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가까이에서 봐도 바래지 않는 푸른 바닷물과 화산과 지하수가 만들어낸 신기한 모양의 화산섬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당일치기 말고 이곳에 며칠 머무르며 천천히 구경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닥까지 비쳐보이는 지중해의 바닷물. 



카프리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방송으로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지금 뭘 봐야하는지 설명해줬는데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사방 어디를 보더라도 예쁜 풍경이 차고 넘쳐서 ㅋㅋ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푸른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3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 티켓 살 때 푸른 동굴 입장 시간이 45분 이상이면 상황에 따라 들르지 않고 돌아갈 수 있다고 써 있었는데, 

역시 대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마리나 그란데로 돌아가기로 결정됐다. 

극성수기답게 일찍 오지 않으면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컨디션이 좋았다면 다시 푸른 동굴에 와서 기다리는 것도 고려했겠으나, 다시 배가 아파오면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많이 기대했던 푸른 동굴은 이번에 못 보게 되었다. 

다음 번에 나폴리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마리나 그란데로 돌아왔다. 

오전에 비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졌기에, 오늘은 구경을 여기서 멈추고 호텔에 가서 쉬자고 결정했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또 오면되지뭐 ㅋㅋ

숙소를 호텔로 잡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까 미리 사뒀던 나폴리행 페리 티켓 시간을 앞당겨 나폴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나폴리 항, 호텔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였으나 그냥 택시를 탔다. 

구레나룻이 매력적이었던 택시 기사 아저씨가 마테라치를 닮았는데, 나지막한 어조의 이탈리아어로 자꾸 말을 붙인다. 

이솔라? 카프리? 벨라? 뷰티풀? ㅋㅋ 그러면서 운전은 역시 나폴리 식으로 난폭하게 ㅋㅋ

나폴리 사람들 너무 좋다! ㅋㅋ 


방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커다란 침대에서 뒹굴뒹굴 뒹굴다가 낮잠을 잤다. 

힘들어서 쉬러 온건데 여행하면서도 힘들면 안되지 ㅋㅋ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어서 가까운 휴양지 대신 유럽 여행을 골랐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이런 꿀같은 휴식도 참 좋다. 


느지막이 일어났는데 배가 고픈 것을 보니 컨디션이 조금 나아졌나보다. 

바로 어제 피자에 당했으면서도 또 피자를 먹기로 했다. ㅋㅋ



소르빌로를 찾아 가는 길. 

피자 먹고 괜찮으면 어제 갔던 파르테노페 거리에 가서 해진 후의 바닷가와 카스텔 델 오보 모습도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그러지는 못했다. 



소르빌로에 도착해보니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 반겨준다.  



1시간 가량 기다려서야, 내 마르게리타 피자가 화덕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포장해달라고 했다. 



이런 박스에 담아준다. 

이 동네는 1인 1피자, 거리에 보면 사람 수대로 피자 박스를 들고 가는게 인상적이었다.



호텔로 가져오는 동안 피자가 약간 식었지만, 어제 먹은 피자보다 더 맛이 좋았다. 

나폴리에서 피자 한 끼 더 먹었어야 했는데 장염 때문에 ㅠ

먹을 때도 맛있었지만 한국에 오니 이 피자가 더 생각난다.


참 마음에 들었던 나폴리, 계획한만큼 야경을 충분히 보지 못하고 카프리 섬에서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은 도시, 많이 늦기 전에 꼭 다시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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