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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영주 부석사 당일치기 여행

20110604 
경상북도 영주, 부석사

부담을 안고 준비했던 소아과 케이스 발표를 마친 지난 주,
금요일에 퀴즈까지 보고 나니 소아과 실습을 거의 다 마쳤다는 기분까지 들면서 마음이 정말 홀가분했다. 
게다가 날 기다리고 있던 것은 3일의 연휴!! 
정말 괜히 들뜨기 딱 좋은 저녁이었다. 

결국 난 동아리 기타 연습을 하러 가기 직전,
이번 주말에 어디론가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 여행지로 즉시 떠오른 장소가 바로 영주 부석사였다. 
전혀 뜬금없이 불쑥 튀어나온 장소는 아니고 몇 주 전 당일치기 여행 장소로 부석사를 추천하는 글을 보고는
나도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고 해야되나..
이렇게 충동적으로,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계획적으로 난 이번 주말에 부석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난 기타 연습이 끝나는대로 동서울 터미널로 떠나서 막차를 타고갈 생각으로 짐까지 챙겨서 연습에 갔다. 
그래서 영주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고 잠을 잔 후 아침 일찍 부석사를 보고 수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연습이 끝나고는 경재를 데리고 운동을 가야했고 그냥 내일 아침 일찍 가면 숙박비를 아낄 수 있기도 하여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떠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5시 반에 일어나느라 힘들었지만 전날 밤에 미리 사온 아침을 먹으니 눈이 금방 떠졌다. 
씻고 간단히 짐을 챙겨 동서울 터미널로!! 
이게 얼마만에 서울/경기도 밖으로 나가는 것인지^^ ㅋㅋ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
연휴라서 그런지 내 앞의 사람들은 번번히 가장 빠른 차의 매진 소식을 들어야 했지만
영주로 가는 7시 45분 버스에는 나를 위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작은 가방에 카메라와 지갑, 핸드폰을 넣고 MP3를 들으며 들뜬 기분으로 영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터미널에서 산 물 한 병으로 집에 돌아올 때까지 넉넉히 버틸 수 있었다. 

유럽여행가서 이동할 때 듣던 노래들을 듣기도 하고 졸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의 시간은 지루하지 않게 흘렀고 예상보다 조금 더 걸려, 3시간만에 영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역시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의 버스 터미널.
나 어렸을 때 수원역 옆에 있던 버스 터미널도 딱 이 정도였는데 ㅋㅋ 아 이거보다 규모는 컸으려나
 


터미널 티켓 창구 직원에게 부석사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길 건너에서 시내버스를 타라고 가르쳐 주셨다. 
길 건너라기엔 조금 먼 거리를 걸어 부석사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일반 시내버스 정류장이었는데 별도로 부석사행 버스가 선다는 안내문을 달아놓지 않아서 처음엔 여기가 맞나 헷갈렸다. 
다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서 부석사 아래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서울엔 지난 밤부터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졌고 영주 터미널에 도착한 순간까지도 흐려서 걱정했는데
부석사에 도착하니 날씨가 거짓말같이 맑았다.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던 미니 폭포!!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상쾌해져온다. 


연휴의 시작인 주말이라 그런지 원래 사람들이 많은건지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에 이미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쳤다. 
사실 나도 아침 일찍 보고 싶었는데.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여길 올 생각이면 아무리 빨리 출발해도 부석사엔 11시가 되어야 도착할 수 있다. 
숙박비가 따로 안 나가는 대신 사람도 적고 공기도 더 맑은 아침 일찍 와볼 수는 없는 단점이..


넘버링을 달아놓으니 구경할 건물이 엄청 많아 보였다. 
막상 들어가보니 많은 건물이 닫혀 있고 부수적이어서 실제로 인상깊게 본 건물은 몇 개 안 되지만... ㅋㅋㅋ


이어진 길을 따라 쭉쭉 걸어 올라갔다. 
이날은 대구의 최고 기온이 31도에 육박할 정도로 더웠는데
땀이 흐를 것 같으면서도 길을 따라 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적절한 시점에 멈췄다. 


가장 먼저 마주친 당간지주. 
통일신라의 것으로 보물 255호이다. 
당간지주에 대해 초등학교 4학년 또는 5학년 때 보이스카우트 야영을 갔을 때 처음 보고 설명을 들은 기억이 난다. 
어느 절에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는 지금 생각나지 않지만.. ㅠ ㅋㅋ


사천왕의 상이 들어 있는 천왕문을 지나 본격적인 부석사 경내로 진입했다. 


해우소(解憂所)
근심을 풀어주는 곳.
띳빠~요? ㅋㅋㅋㅋㅋㅋㅋ

난 근심을 풀러 들어간 것은 아니고 
여기까지 올라오다가 옷에 웬 벌레 똥같은 게 묻었길래 손가락으로 튕겼더니 그게 손톱 위에 다 뭉개져서 ㅠㅠ
손을 깨끗이 씻기 위해 해우소를 찾았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바람을 담은 기와. 
고향에서 먼 길을 떠나 내 고국을 찾아준 이들에게 감사하며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같이 기원해줬다. 


우리나라 절은 산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산에 현대의 건물을 지었을 때 느껴지는 파괴적인 느낌이 없고
그 대신 기와 지붕이 산에 파묻힌듯한 느낌이 나에게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산이어서 그런지 숲과 기와 색의 조화도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반대 방향, 산 아래쪽을 바라보는 느낌도 정말 상쾌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그 느낌은 점점 더해왔다. 


이어진 계단을 올라가니


배흘림 기둥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국보 18호 부석사 무량수전이 나왔다. 
역시 기대대로 크지 않고 아담한 규모의 건물, 
여행을 급히 결정한 탓에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다시 읽고 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 
독서 경시대회 준비로 중학교 때 읽었던 책인데 
그땐 직접 체험없이 글로만 읽으려니 굉장히 따분했고 재미없게 억지로 읽었다. 
그러니 내용이 지금와서 기억날 리가 없지.. 지금 읽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텐데!!


기껏해야 기둥의 종류로 배흘림 기둥과 민흘림 기둥이 있는데
그 중 배흘림 기둥을 쓴 대표 건물이 이 부석사 무량수전이고
무량수전의 평면에서 황금 비율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정도??
아, 무식한 게 정말 부끄럽다. 여러 방면의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무량수전 앞에 서있던 국보 17호 석등.
한동안 이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한 명 한 명의 바람이 담긴 돌탑.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이걸 볼 때마다 항상 반갑고 소중한 감정이 든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능선과 어울린 부석사의 모습이 참 예뻤다.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조사당이 나왔다. 


조사당 앞에 있던 선비화.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가 자라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바로 여기 담긴 전설이었다. 
어렸을 때 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 그 이야기가 얽힌 장소를 직접 마주치니 정말 신기했다. 


조사당에서 내려와서 조금 덜 다듬어진 길을 따라가보니


석조여래좌상이 있다는 자인당과 응진전이 나왔다. 
안에서는 두 분이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올려다 본 하늘.
날씨도 좋고 산 속이어서 공기도 맑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까지도 정말 기분이 좋았다^^


위에 올라와서 짧은 시간만 머문 것 같은데도 벌써 1시간 30분이 흘러 있었다. 
산 아래로 펼쳐진 경치를 감상하며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넌 왜 혼자 벌써 가을이니..?? ㅋㅋ


산 아래에 있던 식당에 들어가서 산채비빔밥을 시켰다. 
양이 모자라겠다고 밥 한 공기를 그냥 더 주신다.. ㅠㅠ ㅋㅋㅋ


이게 밥을 한 공기 반만 담은 상태였는데 한 숟가락 맛보고는 안되겠어서 남은 밥도 다 넣었다.
배가 고팠던 탓도 있겠으나 먹어본 비빔밥 중 손에 꼽히는 맛이었다. 
비록 다 먹고나니 배불러서 토할 뻔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ㅋㅋㅋ

짧은 여행을 마치고 수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오랜만에 혼자 나선 나들이였는데 완전 대만족이었다!!ㅋㅋㅋ
다음엔 어딜 가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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