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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속리산 단풍 여행

20111020, 20111021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응급의학 학회로 목, 금 수업 취소.
모처럼 생긴 연휴에 세훈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수를 먼저 갈 생각이었는데 출발이 지체되어 대신 갈 장소를 물색하였고 
별 생각없이 전주가 떠올라서 어찌되든 일단 전주를 가보기로 했다. 
각자 버스를 타고 전주에 7시쯤 도착했다. 
전주에서 볼 것은 한옥마을 뿐이라는 점에 동의하여 곧장 한옥마을로 향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려는데 20분을 기다려도 안내멘트 하나 안 떠서 벌써 끊긴 줄 알았다. 
7시 40분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한 버스, 그나마도 안내방송이 안 나와서 멍하니 있다가 전동성당을 한 정거장 지나쳐서 내렸다. 

이미 해가 진 시간, 오늘부터 비빔밥축제 기간이었지만 한옥마을에 도착해보니 파장 분위기였다. 
매우 배가 고팠기에 일단 한 대형 비빔밥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비주얼이 끝내주는 전주비빔밥 ^^
예상대로 맛은 서울에서 먹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포만감은 더 떨어지는 느낌..
제대로 맛집을 알아보지 않고 대형 비빔밥집을 골라 들어간 우리의 불찰이었다. 


한옥마을도 드문드문 조명만 켜놨을 뿐, 즐길 거리는 영업을 끝낸 이후였다. 
조명을 너무 아낀다는 느낌도 들었다. 좀 더 켰으면 야경이 예뻤을텐데. 
이처럼 개인적으로 전주 여행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그런가
한옥마을을 한 바퀴 돌아 나와서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버스 티켓을 봤더니 대전행 심야 버스가 남아 있었다. 

여수는 금, 토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이번엔 포기하고
전주에서 가까운 내장산은 단풍이 10월 26일부터 시작한다고 하여 속리산에 가기로 했다. 
속리산에 가려면 대전이나 청주에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므로 오늘은 버스 타고 가서 대전에서 묵을 계획을 수립했다.


같이 버스 타고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따라 내렸는데 거긴 터미널이 아니라 '버스하차장'이라는 신개념 공터였다. 
핸드폰 지도를 보니 터미널과는 5km 떨어진 지점 ㅋㅋㅋㅋ 
정신나간 사람마냥 한바탕 신나게 웃고 택시를 잡아 터미널 근처로 가서 숙소를 잡고 잠을 청했다. 

속리산 가는 첫 버스는 6시 50분 출발. 
일찍 일어나서 씻고 터미널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버스에 올랐다. 
처음엔 추웠는데 기사 아저씨가 히터를 풀파워로 내내 가동해서 나중에는 땀이 줄줄났다. 
하긴 기사 좌석은 창문 열어놓으면 더운 줄 모르시겠지.....
속리산 터미널에 도착하여 물과 초코바 2개를 사들고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로 초입의 차도를 따라 심어놓은 은행나무.
노란빛으로 예쁘게 물들어 등산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오늘의 목표 코스는 일단 문장대에 오르고 신선대와 경업대를 거쳐 내려오는 코스였다.
문장대에 오르기 위해 먼저 법주사로 들어갔다. 


색이 정말 예뻤던 단풍나무.


법주사 앞에는 단풍이 특히 더 곱게 물들어 있었다. 


세계 최대의 단일불상, 법주사의 금동미륵대불. 


경내를 천천히 돌아본 후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했다. 


법주사 옆으로 난 등산로.


기대만큼 단풍이 가득 물들지는 않았지만 단풍이 초록빛 잎사귀와 조화를 이룬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병원 안에만 있고 밖에 잘 안 나가다보니 몰랐는데 이제 정말 가을같다.^^


초반 등산로는 경사가 거의 없어서 여유있게 단풍을 감상하며 걸어갈 수 있었다. 


모친이 빚은 동동주.....
그럴 리 없겠지만 어감이 왠지 패륜같아서 세훈과 함께 가게 주인 놀리며 놀았다. 


단풍은 더 예뻐지고 코스는 조금씩 어려워진다.
경사도 높아지고 밑에 깔린 돌계단도 험해지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별로 힘들지 않았다. 


올라가는 길에 있던 쉼터에서 천연사이다 한 잔 ^^
난 모든 탄산음료 중에 천연사이다가 제일 좋다. 
파는 곳이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ㅠㅠ
여기서 1100원이나 주고 샀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곳곳에 붉게 물들어 있는 단풍을 구경하며 계속 올라가서


문장대 정ㅋ벅ㅋ
한 2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문장대에 올라가니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었다. 
정상에서 보는 경관이 멋있었지만 너무 추워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곧 내려왔다. 


내려오는 계단. ㅎㄷㄷ
여기 아래를 내려다보면 굉장히 무섭다. 
촉각 위치정보에 의존하여 천천히 내려왔다. 

문장대를 내려와서 초코바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얼마간 쉰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슨 대로 가야 하는지 이름은 까먹은 상태, 그냥 천왕봉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갔다. 


좀 걷다가 멀리서 되돌아본 문장대.
우리가 올라갈 때보다 사람이 더욱 많아진 것 같았다. 


여전히 단풍은 예뻤지만 문장대에서부터의 길은 문장대 이전의 길과 차원이 달랐다. 
돌이 험하고 날카로웠고 경사는 험했으며 단풍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어 미끄럽기까지 했다. 
속리산에는 '악'자가 안 들어가서 몰랐는데 여기도 완전 돌산이었다.
결국 한 번 미끄러져서 오른쪽 새끼손가락 및 가쪽 복사뼈에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캔버스화 신고 등산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사진 찍을 여유가 없어졌고 땅만보고 한 걸음씩 조심조심 -.-
그러다가 경업대에 도착했다. 


경업대에 올라가서 바라본 속리산. 멋있었다. 


근데 경업대에 올라가니 굉장히 무서웠다. 문장대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강도의 두려움.
잘못 삐끗하면 떨어질 것 같고 떨어지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제대로. ㅎㄷㄷ
이 사진 찍고 나서 내려오기도 무서워서 몸을 엎어서 주욱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거 보고 옆에서 세훈이 폭소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속리산에서 가장 무서운 장소는 경업대다. 


경업대를 끝으로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다. 
위에서 했어야 할 일 중 한 가지를 잊었다는 세훈. 또라이 사진 찍기를 안 하고 왔단다.

 


이후 그저 말없이 하산. ㅋㅋ
처음에 계획한 바와 달리 결국 바다는 못 보고 왔지만
단풍이 아름다웠던 속리산, 간만에 떠난 여행지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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