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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2010 겨울

[2010 히로시마여행][02]사슴이 한가로이 종이를 뜯는 곳, 미야지마

20100222, 20100223
여행 첫째 날 
일본, 히로시마, 미야지마


캠프가 끝났다. 
강연이나 현장학습에서 새로 알게 된 것도 많고 같은 조 사람들도 정말 좋아서 즐거웠다. 
다만 아침에 씻지 못하게 하고 더운 물도 잘 안 나와서 어려웠는데
나와 태섭은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몰래 샤워실에 난입하여 씻곤 했으므로 괜찮았다. 

캠프가 끝나자마자 나와 태섭, 지홍, 문길이 형은 점심을 먹은 후 히로시마행 신칸센을 타러갔다. 
우리가 히로시마 여행을 할 때 이용한 상품은 한일공동승차권으로,
서울-부산 구간의 KTX와 부산-후쿠오카의 코비, 후쿠오카-히로시마의 신칸센 티켓이 모두 왕복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가격은 가격대로 저렴하고 최초 승차일부터 유효기간이 7일이나 되어서
5일의 캠프 기간이 중간에 끼어 있었지만 이동에 전혀 문제가 없는 유용한 상품이었다.


지정석 티켓을 받아서 신칸센에 탑승하였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서 히로시마역에 도착한 우리는 숙소로 예약한 하나쥬쿠를 찾아 나섰다. 
지도와 주소를 갖고 역 근처에서 뱅뱅 돌았으나 좀처럼 쉽게 찾을 수가 없었는데
친절한 아주머니 두 분께서 헤매는 우리를 보고 먼저 어디 가는지 물어봐주셔서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민박인 줄 알고 예약했던 하나쥬쿠는 실제로 가보니 유스호스텔이었다. 
캠프 기간 내내 샤워기 앞에 DANGER! ICE COLD!라고 써붙여야 할 것 같은 환경에 시달리다가
따뜻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짐을 풀고 나가서 저녁을 먹은 후 편의점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숙소 근처에 편의점이 있었지만 우리가 히로시마를 떠나는 날인 26일부터 영업을 하는..
결국 히로시마역 근처에 있던 로손을 찾아 술과 주전부리를 사서 돌아왔다. 
이날 저녁을 시작으로 우리는 5박 6일동안 편의점에 2만엔을 갖다 바쳤다. 


편의점에서 사온 것들을 펼쳐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따뜻한 물에서 원없이 목욕을 하고 기분좋게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원래 이날은 쿠레와 다케하라에 가기로 했던 날. 
아침에 가이드북을 무심코 한 번 펼쳐봤는데 쿠레에 있는 야마토 박물관과 철의 고래 잠수함이 화요일 휴관이라고 적혀있었다.
목적지를 즉석에서 수정하여 미야지마를 먼저 가기로 했다. 


JR을 타고 미야지마구치로 이동! 


미야지마로 가는 페리를 탔다. 


멀리 이츠쿠시마 신사의 오오토리이도 보이고 ^^
10분 정도 걸려서 미야지마에 도착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슴을 만지는 문길이 형.
사슴에는 병독이 많아 보였다. 


히로시마현의 대표 관광지답게 아침이었지만 내국인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미야지마의 특산품 모미지만쥬를 만들던 가게. 
내가 미야지마라는 이름을 처음 접해본 건 중학교 3학년 때, 여름방학 숙제로 일본 가상 여행기를 쓰면서였다. 
처음에 교토를 써보려다가 너무 흔하고 관광스팟이 많은 것 같아서 히로시마로 돌렸는데
그때 미야지마도 같이 방문하는 일정을 짰고, 미야지마의 특산품으로 모미지만쥬를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언젠가는 당연히 히로시마, 미야지마를 실제로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 기회가 오자마자 결정해버린거고 ^^


역시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 산리오의 캐릭터 상품들 ㅋㅋ


캠프 때 서울팀 레크리에이션으로 했던 마임.
처음엔 별로 하고싶지 않았는데 막상 해보니 거기 담긴 의미는 차치하고 일단 즐거웠다.
그 후 우리는 중독되어 여행할 때도 시도때도없이 마임을 해댔다. 


걸어가다 보면 미야지마 길거리에는 사슴이 많이 보인다. 
관리인들이 먹이를 안 주는지 미야지마의 사슴들은 배가 많이 고파 보였다. 


이렇게 종이도 먹고


남의 똥꼬도 먹는다. 
우리가 들고 있던 관광 안내 지도도 뺏어가더니 먹어버렸다. 


세계문화유산 이츠쿠시마 신사의 오오토리이를 바라보며.
기대 많이 했는데 역시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선명한 오렌지색의 토리이가 너무 예뻤다. 
이츠쿠시마 신사는 이따 내려오면서 제대로 보기로 하고 일단은 이동했다. 


오중탑 쪽으로 난 계단을 올라갔다.


얼굴 표정이 밝은 문길이 형과 지홍.


계단을 다 올라가니 매우 힘들었다.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 
쭈그려 앉아 사진을 찍었더니 나와 문길이 형이 어둠의 자식이 되어 버렸다. 
흑백의 극명한 대비. 


일본에서 이름이 도요쿠니인 신사는 대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관련되어 있다. 
오중탑 옆에 있던 도요쿠니 신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때 희생된 일본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히데요시가 죽은 후 미완성으로 남겨졌다고..
따로 입장료가 있어서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꽃핀 2월의 풍경.
한국은 아직 추운데 이걸 보니 낯선 느낌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대간지로 출발!!


일상의 풍경들, 그리고 낯선 네 방문자들.
요란하게 관광객인 티를 안 내고 그들의 일상에 살짝 끼어들어가보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 와중에 사슴과 사진찍는 귀여운 문길이 형.


우리는 계속 대간지를 향해 이동했고


대간지에 도착했다. 
이름부터 위엄이 넘치는 대간지.


진한 건배를 나눈 두 사람, 내가 님들 그거 마시는 거 아님!! 하고 말하려던 순간 시원하게들 들이키셨다. 
대간지에서 다시 한 번 이츠쿠시마 신사의 아름다운 오오토리이를 조금 감상하고 다음 목적지 미야지마역사민속자료관으로 향했다. 


부유한 상인 저택을 개조하여 만들었다는 미야지마역사민속자료관.
잘 가꾸어진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이렇게 과거의 생활을 반영하는 도구들과


미야지마의 이것저것을 모형으로 재현한 전시,


목공예 전시도 있었고


2층에 가니 전국시대 미야지마의 역사에 관한 전시도 있었다. 


이 포즈는 정말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애용해야겠다. 


안방에 앉아 가부좌 틀고.


정원을 바라보는 지홍. 
입장료가 있었지만 알찬 전시 내용 덕에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또 이곳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스탬프 때문,
예전에 도쿄나 요코하마, 규슈 여행하면서 스탬프 찍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는데 여기도 스탬프를 제공해서 너무 좋았다. 

이제 우리는 미센 정상으로 올라가는 로프웨이를 타러 모미지다니 공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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