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
일본, 다케하라, 쿠레
둘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다케하라와 쿠레에 다녀오기로 한 날.
사실 두 도시는 한국에서 후쿠오카행 코비 탔을 때만 해도 이름조차 모르던 도시들이었다.
캠프 전날 후쿠오카에서 준규 형 케이크 찾아 헤매기 전에 회전초밥먹고 잠시 서점에 들러서 히로시마 가이드북을 샀는데
주어진 3일 동안(결국 강제로 하루 더 주어졌지만..) 히로시마 말고는 어딜 구경하지~ 하며 쭉 보던 중에 소개 문구가 끌려서
3일 중 하루는 이 두 도시를 보자고 내 마음대로 일정을 정해버렸다.
여행 제목이 욱진투어였던만큼 다들 군말없이 따라주었다.
다케하라, 옛 에도시대의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작은 교토로 알려진 마을.
그리고 쿠레, 철의 고래 잠수함과 야마토 박물관 등 2차세계대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도시.
히로시마에서 더 멀리 있는 다케하라부터 가본 후 돌아오는 길에 있는 쿠레에 들르기로 일정을 잡았다.
지금부터 깡촌 다케하라 여행을 시작합니다.
히로시마에서 기차타고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다케하라.
도착 당시에는 마냥 신나서 몰랐는데 나중에 쿠레로 갈 때 보니까 기차가 1시간에 1대 배차되는 완전 깡촌이었다.
캠프 중에 히로시마현 출신이었던 조원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케하라는 카구야히메 설화의 배경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대나무에서 태어난 아이 어쩌구 하는 일본 설화라고 했는데 딱히 그 소재를 관광객에게 소개해두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일단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며 목적지인 전통건조물보존지구로 출발~.~
논밭만 없지 깡촌 내음 물씬 풍기는 다케하라의 모습.
따뜻한 날씨가 더해진 덕인지 우리나라 시골과는 또 다르게 정겨운 분위기였다.
가는 길에 인상 쩌는 아저씨 동상이 있길래 삼각대를 펼쳐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나고 모르겠지만 일본 옛날 사람들은 키가 정말 작은 것 같다.
동상을 일부러 대두 동상으로 만든게 아닌가 싶을만큼~.~ 앉아 있어서 더 그렇게 보이나..
또 마임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원래 내 자리였던 맨 앞에서 마임하기 직전에 뒤로 빼버린거 한이 맺혀 평생 기억할 듯ㅋㅋ
배경 판에 100% 녹아드는 둘^^ 아주 잘 어울린다.
아 그러고보니 위에 있던 동상 아저씨가 이 사람인가!
頼山陽(라이 산요): 에도시대의 역사가(1780-1832) 란다. 다케하라 출신인가보다.
마을이 작아서 조금 더 걸으니 바로 목적지였던 전통건조물보존지구에 도착했다.
평화롭고 편안한 거리.
이 거리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다케하라에 온 보람이 있었다.
똑같이 옛 모습이 보존되어 있지만 관광지로 잘 정돈된 교토와는 또 다른 편안한 느낌을 준다.
평화로운 모습에 취해서 천천히 양 옆을 구경하며 거리를 따라 걸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근대식 건물은 다케하라 마을회관!
소박하고 편안한 이 거리를 끝까지 걸어오니
쇼렌지라는 절이 나왔다.
절이나 신사는 그다지 특별할게 없다고 판단해서 찾아다니지 않으려고 했지만
저절로 눈 앞에 나타난건 가봐도 나쁠 것 없지^^ 입장!
들어가니 절에 웬 공동묘지가 있다.
~~가의 묘라고 되있는 것과 비석에 가문 문장으로 보이는 마크가 찍혀 있는거 봐서 가문 묘지인 것 같다.
아마 화장해서 여기다 뼈를 보관하는 거겠지?
공동묘지에서 찍는 사진은 이런 느낌 ^^
공동묘지 말고는 별로 볼만한게 없었던 쇼렌지를 뒤로하고 다시 아까의 거리로 나왔다.
다시 전해져오는 이 거리의 평화로운 느낌~.~
아까는 거리 자체를 느껴보려고 중간에 아무데도 들어가지 않고 쭉 걸어왔는데
다시 돌아가는 길에는 구경할만한 곳이 있으면 들어가보기로 했다.
지역 화가들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전시되어 있던 내 방만한 크기의 아담한 갤러리.
그리고 들어간 곳이 아까 근대 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던 다케하라 마을회관이었다.
이런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 필요없고 나의 마을회관 방문 목적은 오직 이거, 스탬프 찍기 하나였다.
입장료가 100엔인데 스탬프가 없었다면 참 그 돈 아까웠을 것 같다.
가이드북에 스탬프 찍는거 너무 재밌다^^
사진으로는 없지만 슬슬 배가 고팠던 우리는 점심으로 '피자'를 먹었다.
이 옛날 거리에 와서 하는 식사로 정말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1층은 슈퍼마켓+기념품 가게, 2층은 좌식 식당인 가게에서 파는 피자였는데 조그마한 냉동피자 돌려준 것 같아서 맛이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케하라역에 기차가 1시간에 1대 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우리는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피곤하다고 방바닥에 누워 쉬는 만행까지 벌였다. 2층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어서 누워도 눈치가 안 보였다..
기차타러 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봤던 양조장(?)
술 만드는 집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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