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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홈매트

겨울 동안 잠시 안 보이던 모기가 방 안을 날아다니는 걸 보고 홈매트 모기향을 피웠다.
곧 방 안 가득히 퍼진 특유의 향, 그 향이 odor-evoked memory를 활성화시켜서 2007년으로 날 보내버릴 줄이야..

2007년 3월, 그러고보니 딱 이맘때구나.
그때 모기향을 피우진 않았는데 방에서 항상 이 냄새가 났다.
연관된 기억이 줄줄이 다 떠오른다.
첫 시간이었던 11시 화학 수업을 가기 위해 10시쯤 일어나 샤워실로 가보면 
늘 3월 아침의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기에 딱 좋을 정도의 수증기가 흩날리고 있었고,
그때 쓰던 요거트 향의 바디클렌저, 폼 클렌저의 향, 그리고 처음 염색한 다음날 샴푸에 섞여 나오던 염색약의 냄새.
그리운 3월의 그 느낌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에게 돌아왔다. 

생각해 보면 1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관악 기숙사에서 만든 추억이 정말 많다.
평소에는 그냥 마음 한 구석에 덮어두고 열어보지 않다가도 갑자기 이렇게 생각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아래칸을 수납공간으로 써도 될만큼 높아서 자다가 떨어지면 어디 부러질 것 같았던 침대
대학와서 내 노트북 생기면 한 번 쯤은 꼭 해보고 싶었던 폐인 놀이


매일 이렇게 논 것은 절대 아니다.. ㅋㅋ

구관 매점에서 함께했던 포켓볼, 아.. 매점은 그 장소 자체로도 그리워진다. 참 넓고 쾌적하고 좋았는데
매일 아침 수업들으러 갈 때 지나다녔던 912동 뒷길과 지금의 깔끔한 나무 계단으로 보수하기 전 울퉁불퉁했던 돌계단
강의록 뽑는다고 보고서 뽑는다고 USB 들고 정말 자주 왔다갔다했던 세탁소 옆 복사실의 잉크 냄새
아직 전화번호도 외우고 있는 오원치킨(소문에 여기 없어졌다고..ㅠㅠㅠㅠㅠㅠ)
관악02타고 지나다니면서 들었던 오오츠카 아이의 노래들
그리고 내 인생에서 가장 두근거렸던, 비오던 그 날 기숙사 앞의 기억까지.

돌아보면 선명한 기억들 뿐인데 도대체 언제 이렇게나 빨리 4년이 지난거지?
본과 오고 나서는 딱히 하는 거 없이 시간이 정말 너무 정신없이 빨리 가는 것 같아서 가끔 안타깝다 못해 서글퍼진다.
더불어 작년 재건축 공사로 가끔 가서 추억을 회상해볼 보금자리같은 장소가 사라진 것도.

이제는 이런 모형으로밖에 볼 수 없는 관악 기숙사 913동.
재건축 발표됐을 때 난 정말 너무 아쉬웠다. 새내기 때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없어진다니..
올해로 연건에서 보낸 시간이 관악에서의 시간보다 길어졌는데 아직도 난 이곳보다는 관악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졸업하면 지금 여기서의 생활도 이렇게 그리워하며 되돌아볼 수 있으려나..??

홈매트에서 생각이 너무 멀리 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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