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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016 여름

[2016 이탈리아여행][02]베네치아의 섬들, 그리고 광장의 야경

20160806

여행 둘째 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볍게 산책하듯 본섬을 한 바퀴 둘러보았던 어제, 

오늘은 본섬과 떨어진 몇 개의 섬을 구경하고 해가 지면 야경도 보고 들어갈 예정이다. 



먼저 무라노, 부라노 섬에 가기 위해, 폰다멘타 누오베 선착장까지 걸어가서 12번 페리를 탔다. 

A 선착장에는 티켓 자판기가 없어서 옆에 있는 B 선착장으로 걸어가보니 있었다. 

20유로를 내고 1일권 구매.



본섬에서 거리가 더 먼 부라노 섬부터 구경할 생각이었다. 

무라노 섬까지는 금방이었는데 그 이후로 부라노 섬에 갈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부라노 섬 선착장에 내린 후 조금 걸어가니 이내 여기저기서 많이 보고 들은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났다. 



작은 수로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늘어선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집들. 

민박집 주인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선명하고 눈에 띄는 색으로 집을 칠하기 시작한 것이 멀리 출항했다가 돌아오는 선원이 자기 집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정확한 기원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전부터 바느질을 잘 해서 레이스 제품이 유명하다고 한다. 곳곳에서 레이스 직물을 파는 상점을 만날 수 있었다. 



큰 길에서 살짝 벗어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약간은 뜸한, 부라노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조금 더 가까이 보인다. 



갖가지 색을 칠해두고 이전 모습 그대로 보존해두니 참 예쁘긴 하다. 

그런데 저 집들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계속 살고 있는데, 그 안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베네치아 본섬도 마찬가지지만 허가 없이는 이것저것 현대적인 시설을 들여놓지 못할 것 같고 

1년 내내 나처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집 주변을 기웃기웃하고

그 관광 수입이 섬 경제에 매우 큰 도움이 될테니 감수하고 사는것인지.. 이 예쁜 섬에 사는 것은 불편해 보였다. 



섬을 천천히 한 바퀴 산책하면서, Artigianale (이탈리아어로 "수제"라는 뜻인 모양이다.) 딱지가 붙은 젤라또 가게가 있길래 맛보았다. 

파인애플과 멜론 맛을 골랐는데 날씨가 더워서 더욱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곳곳에서 멋진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천천히 무라노 섬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무라노로 가는 페리 기다리던 중.

선착장에서 관광객이 던져둔 빵 먹는 참새 ㅋㅋ



아침에 페리가 달려온 반대 방향으로 얼마간 이동했고, 무라노 FARO 선착장에 내렸다. 



무라노는 섬이 꽤 커서 선착장이 여러 곳에 있었다. 

FARO는 이탈리아어로 등대라는 뜻인 것 같고, 선착장 옆에 이런 등대가 서 있었다. 



부라노 섬이 좀 더 아기자기하고 색감이 예쁘긴 했지만 무라노 섬도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이었다. 

무라노 섬은 유리 공예로 유명하여, 세계 곳곳의 이탈리아 체인 호텔로 무라노산 유리 제품이 제공된다고 어디에선가 읽었다. 

유리 공예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나 아주 가끔 보이는 상점 뒤쪽 유리 공방을 빼면 부라노 섬에 비해 크게 구경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구경하다가 배가 고파서 길거리에 있던 카페에서 늦은 점심으로 피자를 시켰다.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했는데 저..저기 가운데 향신료처럼 조금 흩뿌려져 있는게 설마 바질인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집 근처 피자집에서 먹던 치즈 피자 맛이 났지만 아직까지는 피자를 먹고 탈이 나기 전이므로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다시 페리를 타고 바로 산 마르코 광장까지 이동했다. 

대운하를 경계로 본섬과 떨어져 있는 오늘의 3번째 섬, 산 조르조 마조레 섬으로 건너갔다. 



페리에서 내리면 바로 성당이 보이고, 뒤쪽으로 돌아가면 수도원 등 다른 것들도 있는 것 같으나 가지는 않았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섬으로 건너와서 산 마르코 광장 쪽을 본 모습. 

구름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종탑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입장료 6유로를 내고 올라갈 수 있다.



종탑에 오르면 산 마르코 광장을 포함한 베네치아 시가지가 바다와 잘 어울려서 한 눈에 들어온다. 



가운데로 어제 비를 피하느라 잠시 발이 묶였던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도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인가? 날이 맑으면 보인다고 듣고 왔는데!

물빛이 조금만 더 깨끗한 푸른색이었으면 더 예뻤을 뻔했다. 



여태 산 마르코 광장의 종탑에 올라가지 않았는데, 여기서 본 경치도 충분히 훌륭하여 굳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한참 구경을 하고 있는데 웬 불청객이.. ㅋㅋ

크루즈선을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갑판 위에서 모여 노는 사람들이 즐거워 보인다. 

일을 열심히 하고 돈을 모아서 저런 크루즈선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탑에서 시간을 보낸 후 내려와서 다시 페리를 탔다. 

산타 루치아 역 쪽으로 가는데, 페리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의 경치가 예쁘다는 말을 들었고 

내일 피렌체로 이동하려면 산타 루치아 역에서 기차를 타야 했으므로 미리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가는 길에 있었던 베네치아 카지노, 크루즈 선착장 등을 구경하며 이동하다보니 산타 루치아 역에 도착했다. 

역 앞 계단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그에 못지 않은 수의 비둘기도 있었다. 



역 안에 GROM이 있길래 젤라또를 또 사먹었다. 

이번에는 복숭아, 멜론 맛을 골랐는데 어제처럼 멜론 맛이 복숭아 맛을 압도했다. 

하.. 여기 멜론이 왜이렇게 맛있지 ㅠㅠ


역 앞 계단에 잠깐 앉아 있다가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다시 페리를 타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이동했다. 



늦은 오후의 광장은 어제 본 모습과 또 다르네


어제부터 곳곳에서 곤돌라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예전에 누군가의 글에서, 곤돌라는 혼자 또는 둘이, 그럴 형편이 못 되면 여럿이 타지 말고 나중을 위해 미루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지금은 곤돌라가 몽땅 검은색에 천막도 없지만, 이전에는 각종 알록달록한 색에 천막도 있었고 퇴폐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고..

그 상징적인 경험을 위해 주간에는 80유로, 야간에는 100유로에 팁을 따로 생각하고 타야하는 30여 분의 뱃놀이.


사실 이번에는 여행하면서 나를 위해 돈을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넉넉한 예산을 준비한 것도 있고 하여 혼자 타볼까 고민을 잠깐 했다. 

그렇지만 지나가며 혼자 타는 다른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고, 내가 혼자 타면 의도치 않게 이목이 집중될 것 같아 관뒀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지..


광장 근처에 있던 FALCIANI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스프리츠라고 베네치아에서 즐겨 먹는 칵테일이라기에 주문해봤다. 

어제부터 식당이나 카페 곳곳에서 이 오렌지빛 음료를 든 사람들이 많이 보이긴 했다. ㅋㅋ

내 입맛에는 별로, 상큼한 과일맛을 기대했는데 뭔가 맛이 이상한 물약을 먹는 것 같았다. 



해산물 파스타는 훌륭했다. 

약간 매콤하여서 그런지 입맛에 잘 맞고 해산물도 신선했고



여기서도 티라미수를 시켜봤는데, 어제 6342 a le Tole에서 먹은 것보다 에스프레소가 많이 들어갔고 약간 시큼한 맛이었다. 

그래서 저 크림을 같이 준건지, 크림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해가 져 있었다. 

배불러서 기분좋은 상태로 소광장 쪽으로 걸었다. 

카페 그란의 악단이 Time to say goodbye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곡을 특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조금 후 광장의 다른 부분에 위치한 카페 콰드리에서도 이 곡을 들을 수 있었고, 나중에 알이탈리아 항공 착륙할 때도 이 곡을 틀어줬다. ㅋㅋ



물 색이 지저분하여 해가 지니 더 예쁜 아드리아해



해가 진 후 조명을 밝힌 산 마르코 광장의 모습.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남아 광장을 산책하고 카페들의 마무리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조금 걸어가서 리알토 다리. 

이제 내일은 피렌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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