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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016 여름

[2016 이탈리아여행][07]'대도시' 로마를 걷다

20160811

여행 일곱째 날

이탈리아, 로마

 

 

일에 치여 지내다보니 어느새 여행을 다녀온 것도 지난해가 되어버렸다.

이번 달은 근전도 검사실에 근무하다보니 여유 시간이 꽤 되는 편, 5년만에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사실 이걸 쓸 시간에 논문을 수정하고 있어야 발전적이지만.. 의욕이 나지 않아 1-2주는 그냥 운동하고 집에와서 빈둥거리며 놀기만을 반복하는 중

놀다보면 더 즐겁게 놀고 싶고, 예전에 다녀온 여행들이 더욱 간절하게 생각나기 마련이다.

 

나폴리에는 단 이틀로도 내 마음을 모두 그곳에 놓고 오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었지만, 뜻밖의 장염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지난 여행기를 쓸 때만 해도 무조건 점심 때 먹은 피자가 탈이 난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늦은 오후에 푸니쿨라 찾으러 가다가 사먹은 그 그라니따가 문제였을지도..

카프리 가기 전날 밤에 숙소에 돌아온 직후부터 설사를 계속 하면서, 차라리 하루 더 나폴리에 머무르면서 잘 쉬어 회복하고 카프리를 다음 날로 미뤄버릴까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고민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중앙역으로 갔다.

마음에 드는 자석 몇 개를 고르고 기차 시간이 좀 남아 역 내부를 구경하다 보니 SSC 나폴리의 자그마한 공식 스토어가 있었다.

적절한 티셔츠 등의 상품이 있으면 마련하고 싶었으나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구경만 하였다.

 

그리고 다시 Loco2에서 예매해 놓은 기차에 탑승, 이번에는 일반석이었다.

기차가 이동하는 동안에는 무선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고, MP3나 들으며 심심한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로마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한 후 캐리어를 끌고 이동한 곳은 역 근처의 한식당.

학생 때 유럽여행할 때에는 유럽까지 왔는데 한식당을 가서 돈 주고 한식을 사먹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나폴리에서 설사를 많이 해서 그런지. 김치찌개가 엄청 먹고 싶었다.

김치찌개를 주문하자 웬만한 동네 식당보다 더 맛있는 찌개가 나왔고,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뭔가 에너지를 회복한 것 같은 기분! 이제 다시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간다.

 

오늘은 힘들게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

3-4시 쯤 천천히 나와서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 심부름 하고 산책이나 좀 하다 들어가기로

 

 

숙소 근처에 산타마리아마조레 성당이 있었다.

숙소에서 하는 야경 투어를 여기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가까워서 모이기 편했겠지만 결국 야경 투어를 가지는 않았다.

 

 

쭉 걷다 보니 교차로의 네 모통이에 분수가 하나씩 있는 콰트로 폰타네 근처에 왔다.

 

 

사전에 로마에 대해 공부를 못 하고 와서 다른 조형물들의 의미는 잘 모르겠으나

이건 예전에 로마인 이야기에서 읽었던 로물루스와 레무스인 것 같다.

늑대 젖을 먹고 자라 로마를 건국했다는

 

여기서부터는 사진을 더 안 찍어서 없다.

나는 콰트로 폰타네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꺾어 나보나 광장을 찾아갔다.

근처에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이 있어 심부름 물품을 구매하였고, 나보나 광장으로 다시 나왔다.

이때부터 다시 배변 신호가 왔는데 주변에 화장실이 없었다. 망할 gastrocolic reflex

공중 화장실을 찾는 어플리케이션까지 두어개 깔고 간절하게 찾아다녔으나 한 군데는 폐쇄, 한 군데는 없는 장소, 또 한 군데도 폐쇄

아오.. 이 나라 분들은 외출하면 마음대로 똥도 못 누는데 어떻게 사시는지 ㅠㅠ

일촉즉발의 위기였으나 다행히 잘 넘겼다.

위기를 넘긴 방법은 개인적으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나 블로그에 쓰기는 부끄러우므로 나만 알고 지내기로 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놀다 자려고 누웠는데 옆 자리에 여행 첫날 기차에서 소지금 1000유로와 노트북이 들어 있는 배낭을 잃어버린 분이 왔다.

사정이 딱하여 로밍 전화라도 써서 해결하라고 한국에서 쓰던 유심칩을 빌려주고 잠들었다.

 

 

 

 

20160812

여행 여덟째 날

이탈리아, 로마

 

 

어제 유심칩을 빌려줬던 사람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원래 살던 파르마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한다.

모처럼 여행일텐데 안타깝게 되었다.

나는 여태까지 소매치기 등을 당해본 적이 없지만, 이곳은 이탈리아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늘은 우선 포폴로 광장으로 메트로를 타고 간 후 로마 시내를 '걸어서' 구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규모가 작은 도시 위주로 다니다 보니 걷는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 제국의 중심지

시내 중심부만 돌아다니는데도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여기가 런던이나 베를린 정도 규모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로마 면적이 나폴리의 10배.. 서울의 2배..

 

어쨌든 처음에는 몰랐으므로, 메트로를 타고 오늘 도보 여행의 시발점인 포폴로 광장으로 이동.

플라미니오 역에서 내렸다.

상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로마인이야기에서 플라미니아 가도 이름을 읽은 적은 있다.

그 플라미니아 가도가 이 부근으로 지나가서 플라미니오 역인 모양이다.

 

 

메트로 역에서 나오니 웬 벼룩시장인지 옷을 이렇게 많이 팔고 있었고

 

 

조금 더 걸으니 포폴로 광장이 보였다.

 

 

광장 중앙에는 이집트에서 뺏어온 오벨리스크가 서 있다.

매우 덥지만 하늘이 참 깨끗하다.

베네치아에서 잠깐 소나기를 만난 것을 빼고는 여행하는 내내 날이 맑아서 좋았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로마의 V자 강수량 그래프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다.  

 

 

스페인 광장으로 이어진 길

 

 

얼마간 걸으니 금방 도착했다.

여기는 예전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었던 곳이라 스페인 광장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던가??

원래 이 많은 사람들이 저 계단에 빼곡히 앉아 있었어야 할 것 같은데, 공사 중인지 계단이 막혀 있다.

덕분에 분수 근처로 내몰린 사람들.

 

 

다시 얼마간 걸어서 트레비 분수.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엄청 커서 놀랐다.

앞서 스페인 광장에 있던 정도 되는 분수에 뒤돌아서 동전을 던지는 십 수명의 사람들

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분수 크기도, 구경하는 사람들의 수도 그보다 훨씬 컸다.

 

 

대리석과 맑은 물, 그리고 바닥의 연한 하늘색이 참 잘 어울린다.

로마에 널려 있던 수많은 유적이며 문화재 중 제일 마음에 들었다.

 

 

트레비 분수에서 또 다시 얼마간을 걸으면 나오는 판테온.

판테온에 들어가서 천장으로 들어오는 햇빛 구경하고 다시 트레비 분수 반대쪽으로 걸어와서 점심을 간단히 먹었다.

 

 

그리고 나보나 광장을 찾아 가는 길에 있던 Frigidarium에서 젤라또를 먹었다.

멜론/딸기맛을 골랐는데 여기도 엄청 맛있었다!

설사를 극복하고 다시 젤라또 님을 영접하는 기쁨 ㅠㅠ

 

 

어제도 들렀던 나보나 광장

광장이 많은데 공부를 안 하고 왔더니 그냥 한 바퀴 도는 것 말고는 크게 할 것이 없다.

산탄젤로 성을 구경하러 간다.


 

학생 때 분명히 천사와 악마를 봤는데 다 까먹었다.

산탄젤로 성으로 건너가는 다리 옆으로 천사 상이 늘어서 있었다.

 

 

지금은 내부가 박물관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패스~

 

 

점점 더 겉핥기가 되어가고 있다..!

다시 북쪽으로 쭉 걸어 올라와서 이제 베네치아 광장.

 

 

광장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비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정면에서 볼 때는 이게 그렇게 거대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는데

계단을 오르면 오를수록 상당히 높은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지형의 굴곡이 많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고층 건물이 없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정도만 올라와도 이렇게 높은 것을, 평소엔 고층 건물에 파묻혀 살다 보니 몰랐다.

누가 더 높이 쌓나 시합하듯 경쟁적으로 마천루를 올리기보다 이렇게 다 같이 지나치게 높지 않고 조화롭게 지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베네치아 광장에서 옆으로 올라가면 포로 로마노로 넘어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온다.

앞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제 로마가 엄청난 대도시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메트로나 버스를 타는게 맞는 것 같다.. ㅋㅋㅋ

늦은 오후에도 여전히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 안 그래도 겉핥기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더욱 더 심해진다!

 

 

포로 로마노를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덥고 귀찮고 다리가 아프고 시간이 늦었다.

여기 겉에서 보고 진실의 입 보고 콜로세움 겉에서 보고 저녁이나 먹어야지 ㅋㅋ

경로를 콜로세움부터 거꾸로 도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또 상당한 거리를 걸으면 진실의 입이 나온다.

역시 성수기답게 늦은 오후임에도 사람들이 줄을 쭉 서 있다.

 

 

이렇게 생겼고

 

 

다들 이렇게 한 번씩 손을 넣는다.

나는 안 할래 안 해도 돼!

 

 

진실에 입에서 또 상당히 떨어져 있는 콜로세움.

무지하게 더운 날씨는 쏙 감춰놓고 시치미 뚝 떼고 있는 사진 속의 푸른 하늘.

오전에 처음 메트로 역을 나오면서 덥지만 날씨가 맑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강렬한 더위에 희석되어가는 중이다.. ㅋㅋ

 

 

콜로세움.

이 무렵 이슬람 테러집단이 다음 번엔 콜로세움 테러할거라고 하는 바람에 주변에 군인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았던 관광객들.

수상한 사람이 없나 경계하며 콜로세움을 겉에서 슥 봤다.

와 생각보다 크다 다음 번에 다시 오게 되면 안에도 들어가봐야지 이번엔 아니야 안녕~

 

 

숙소 근처에서 어제와는 다른 한식당에 가서 부대찌개를 먹었다.

점점 한식 찾는게 어릴 때랑 입맛이 변한건가

아무튼 여기도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공원에 널브러져 있던 고양이들!

 

 

숙소에 잠시 들렀다가 테베레 강 근처의 야시장을 구경하러 다시 나왔다.

낮에 봤을 때는 물이 지저분하드만, 해가 지니 역시 예쁘다.

야시장 구경에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같은 분야 공부를 하고 있는 동문을 만나 신기하고 매우 반가웠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여행지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지올리띠에서 젤라또를 하나 더 먹고, 해가 지고 조명을 밝힌 트레비 분수를 구경했다.

낮에 색감의 조화는 새로운 조명 아래에서도 여전히 아름답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결국 즐거웠지만, 이동 방법이나 구경할 대상에 대해 미리 조금 더 준비를 했다면 더욱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다소 남았다.

내일은 바티칸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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