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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016 여름

[2016 이탈리아여행][08]르네상스의 보고, 바티칸 박물관

20160813

여행 아홉째 날

이탈리아, 로마



행복했던 여행도 어느새 막바지,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 기계처럼 근전도를 해야될 시간이 임박했다. 

마지막 일정은 바티칸 투어.

개인적으로 투어 상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오래 전부터 바티칸은 꼭 투어로 구경하라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기에 일찌감치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결정만 해두고 예약은 미루고 미루다가 이틀 전에야 검색을 시작했다. 

자전거나라를 제일 많이 들어봐서 먼저 알아봤는데 자리가 다 차서 헬로우트래블에서 하루짜리 투어를 예약했다. 

하이패스 투어라고 일정 금액을 더 내고 입장할 때 대기를 짧게 할 수 있는 상품을 골랐다. 

 

아침을 먹고 9시에 테르미니 역에 모인 후, 두 팀으로 나누어 메트로를 타고 이동했다. 



이미 엄청 길게 늘어서 있는 입장 대기 줄..

역시 성수기의 유명 관광지는 대단함을 새삼 느낀다. 

두 번 다 겨울에 다녀와서 비교적 쾌적하게 들어갔던 루브르 박물관도 이맘때쯤은 이정도로 줄을 서 있을게 아닌가.

혼자 오거나 이 줄에서 기다리는 투어를 따라왔으면 아침 일찍 나와서도 엄청 고생할뻔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긍휼히 여기며 문 앞으로 직행!

저 문을 들어간 후 내부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는 했으나 거의 기다리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회화관을 먼저 들어갔다. 

방을 따라 이동하면서, 시대에 따른 표현 기법 변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은 그를 상징하는 물건을 들고 있게 묘사하여 구분할 수 있게 했다든가

르네상스 이전의 어두운 성당 내부에서 성경 내용을 그린 그림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금색을 많이 사용했다든가


모르고 지냈던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피렌체 세례당에서 봤던 금빛 벽화들이 생각났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구경했을텐데!


투어 가이드는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남자분이었다. 

처음 이탈리아 여행할 때 이곳 두오모 쿠폴라에서 바라본 경치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중학생 때였나, 공부를 하다가 추후 입시에서 실패할 경우 다 그만두고 여행 가이드나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지금 다시 떠올리면 어떤게 "실패"고 어떤게 성공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보람있고 재밌을 때도 많지만, 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바티칸에는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많다. 

앞서 봤던 모두 같은 얼굴, 무표정의 중세 그림과는 확연히 다른 라파엘로의 화풍, "르네상스"라는 말을 가장 잘 담아낸 화가 중 하나겠지.



그리스도의 변용이라는 작품인데, 여기 신스틸러가 하나 있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seizure를 하던 애인데 예수가 고쳐줘서 위대함을 보였다나..

진짜??


바티칸 박물관은 관람객에게 친절한 편은 아니다. 

공간도 넓고 곳곳에 앉아서 쉬면서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둔 루브르, 대영박물관과 대조적으로

공간이 좁고 앉을 자리도 별로 없어서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회화관을 다 구경한 후 박물관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저 벽에는 화가들의 이름이 써 있는데, 해당 구역에 그 화가의 작품을 전시해뒀다고 한다. 



솔방울이 있는 피냐 정원을 지나서 라오콘 상을 보러 왔다. 

여태까지 자주 봐왔던 많은 짝퉁 라오콘 상의 원형.

표정 묘사가 매우 현실적이다. 그 옛날에 벌써 이런 작품을 만들어낸 고대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지도의 방인데, 여러 도시들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천장에는 금빛 천장화가 그려져 있었다. 

천장화를 구경하려고 힘들게 목을 꺾었는데 입구에서 보면 위아래 뒤집힌 방향이다 젠장



이렇게 양쪽 벽면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지금은 프랑스령인 코르시카 섬. 



어느 정도 걸어와서 뒤돌아보고 목을 꺾으니 이제 천장화가 제 방향으로 보인다. 

내용은 성경의 여러 내용들을 그렸다는데 잘 모르겠다. 



이건 나폴리 지도!

네아폴리스라는 나폴리의 옛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다. 

저기 조그맣게 카프리 섬도 보이고



로마 지도, 시가지를 따로 표시해둔건가?

멀리서부터 로마로 통하는 여러 가도들을 같이 그려둔 것 같다.



끝까지 와서 다시 뒤돌아 목을 꺾으니 천장화가 역시 잘 보인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이 이곳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베르사유가 훨씬 화려하지만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다. 



바티칸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작, 아테네 학당

중학교 2학년 사회 참고서의 세계사 부분에 이 그림이 소개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실제로 보게 되다니!


아까 받은 박물관 입장권에는 이 그림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 이 그림 앞에서는 나를 포함한 모두가 이렇게 입장권을 놓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한 손으로 표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 사진찍느라 손이 부들부들 ㅋㅋ


다음으로는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했다. 

미켈란젤로의 두 걸작,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곳. 

시스티나 성당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사진이 없다. 


정식 명칭이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로, 성당에서 이야기하는 세상의 시작부터 노아의 이야기까지 총 9개의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4번째 그림인 아담의 창조를 대표 이미지로 삼아 흔히 "천지창조"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일본에서 작품 복원을 지원하면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천장화를 구경하고 나면 바티칸 전시물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될만한 최후의 심판이 있는 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경찰인지 경비인지 감시하는 분들이 몇명 계시고, 벽화와는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구경이 가능하다. 

경비들은 계속해서 확성기를 통해 "씨렌치오", "싸일런쓰", "노 삑쮸", "노 비디오", "땡큐" 등의 말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듣고 있으니 너무나도 웃겼다. ㅋㅋ

벽화를 구경하다가도 그 소리가 귀에 들어오면 실소를 하게 되어, 진지하게 녹음해오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최후의 심판은 굉장했다. 

왼쪽의 상승, 오른쪽의 하강 이미지가 명확하게 대조되면서 균형을 잘 잡고 있었다. 

쉽게 보기 어려운 돔 형태의 그림이었는데, 위압감이 느껴져 탄성이 막 나온다. 

신스틸러는 그림 오른쪽 중간아래 즈음에서 죄인들을 두드려 패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인물, 천사인가?



구글에서 가져온 사진, 이 사람이다!

찰지게 때리네..

크고 탄탄하고 힘세게 묘사된 예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최후의 심판을 한참동안 구경한 후, 밖으로 나와 성베드로 성당 두오모의 쿠폴라에 올라가기 위해 줄을 섰다. 



계단이 많은 쿠폴라는 역시 쉽지 않다. 

그나마 중간 층까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조금 나은 편. 

중간에 올려다본 천장, 금을 이렇게 많이 바르려다보니 면죄부를 팔았나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 쿠폴라 꼭대기.

우리 가이드가 절대 잊지 못하겠다는 그 경치인데

나는 그렇게까지 감동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시야가 넓어 시원하기는 한데.. 뭔가 마음을 건드리기에는 부족한가보다. 



쿠폴라 위에서 맞는 바람은 시원하다. 

한동안 앉아서 쉬다가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엄청난 화려함을 자랑하는 성베드로 성당 내부를 매우 겉핥기로 10분만에 구경했다. 



미켈란젤로의 또 하나의 명작,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조각이라는 피에타.

원래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1970년대에 누가 망치로 훼손한 이후 지금은 아크릴 벽으로 보호하고 있어서, 멀리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덥지만 박물관에서 밖으로 나올 때마다 머리 바로 위에서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의 각도가 약간 낮아졌다. 

벌써 저녁 먹을 시간. 어제 야시장을 같이 구경했던 분과 다시 만나서 간단한 스파게티로 저녁을 먹었다. 



학교와 병원 이야기를 나누며 시내를 천천히 산책했다. 이건 뽐삐에서 먹은 티라미수!

중간에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이번 내 휴가는 참 행복했다. 내일이면 돌아간다니 아쉽네. 

동행의 남은 여행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숙소로 돌아왔다. 



20160814

여행 열째 날

이탈리아, 로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귀국 비행기는 오후 3시 20분, 더 구경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서 숙소를 나왔다. 마그넷을 몇 개 구매했다. 

원래 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버스 타는 방법이 제각각이어서 복잡해서 그냥 기차를 타기로 했다.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가는 레지오날레. 

생각없이 그냥 기차타고 앉았는데, 찜찜해서 알아보니 개찰기로 개찰을 해야 한다. 

짐을 잠깐 자리에 놓고 냅다 플랫폼에 가서 표를 개찰했다. 

나중에 표 검사를 했음.. 현장 발권이 처음이다보니 하마터면 봉변을 당할뻔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분실물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 

내가 출발하는 곳은 작은 터미널인 것 같았다.



알이탈리아 항공, 티켓이 예쁘게 생겼다. 



귀국편은 암스테르담 경유였다.



짧은 비행 후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도착했다. 

5년 전 사람들이 참 친절하고 좋았던 도시, 그렇지만 머무는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았고 길도 잃었던 곳. 

활기차고 친절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여전히 호감을 준다.

귀국편을 타는 대신 당장 게이트를 나가 암스테르담으로 뛰어들고 싶었다. 



안톤버그 술초콜릿도 오랜만! 깨물면 술이 줄줄~~

네덜란드 마그넷과 스트룹 와플을 사들고 게이트로 이동했다.



이제 정말 끝!



좋은 기억만 남겨준 2016년 여름의 이탈리아. 계절이 두 번 바뀐 아직도 떠올리면 참 행복하다. 

일상에 찌들고 지칠 때 내 마음의 도피처가 되주는 곳. 

곧 다시 만나!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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